[생활법률] 두 사람이 담배꽁초를 버렸으나, 누구의 것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없어도 두 사람 모두에게 책임 물을 수 았다. [대법원 2023. 3. 9. 선고 2022도16120 판결]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는데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방관한 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대법원 2015도15227 판결 등)

실화죄에 있어서 공동의 과실이 경합되어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적어도 각 과실이 화재의 발생에 대하여 하나의 조건이 된 이상은 그 공동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은 각자 실화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대법원 82도2279 판결 등)

2020.03.19. 공장근로자인 A와 B는 공장동 건물 외벽에 설치된 분리수거장 옆에서 함께 담배를 피웠고, A는 오후 5시 22분 02초 분리수거장 인근에 담배꽁초 불씨를 손가락으로 튕긴 후 담배꽁초를 위 분리수거장 바로 옆 바닥에 놓여있던 쓰레기봉투에 던져 버렸고, B도 위 분리수거장 인근에 담배꽁초 불씨를 손가락으로 튕긴 후 담배꽁초를 위 분리수거장을 향해 던져 버렸다.

결국 불씨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담배꽁초를 불이 붙기 쉬운 위 쓰레기봉투 내지 위 분리수거장에 던져 버리는 것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떠나는 바람에 분리수거장 안에 쌓여 있던 재활용 박스 등에 불이 붙고 그 불이 위 공장동으로 번져 위 공장동이 전소되게 하는 약 6억4550만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불타버렸다.

원심은 ①A와 B가 각각 손가락으로 담뱃불을 튕겼던 점 ②당시 바람이 화재가 처음 발생하였던 분리수거장 방향으로 강하게 불고 있었던 점 ③A·B와 분리수거장의 거리는 1~3m정도였던 점 ④분리수거장에는 불에 쉽게 탈 수 있는 물건들이 쌓여 있었던 점 ⑤A·B가 담배를 피우고 돌아온 후 약 3~4분 정도 지나 분리수거장 쪽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그곳이 최초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점 ⑥그 수 분 내에 제3자가 방화를 할 가능성은 극히 낮고, 그 밖에 전기적·화학적 발화원인도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A·B의 각 행위와 이 사건 화재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여기에는 A·B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A·B가 분리수거장 방향으로 담배꽁초를 던져 버리는 한편, A·B 각자 본인 및 상대방이 버린 담배꽁초 불씨가 살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완전히 제거하는 등 화재를 미리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만연히 현장을 떠난 과실이 인정되고 이러한 A·B각자의 과실이 경합해 이 사건 화재를 일으켰다고 보아, A·B 각자의 실화죄 책임을 인정하면서 A·B에 대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실화죄에서 주의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다만 원심판단 중 이 사건 화재가 A·B중 누구의 행위에 의한 것인지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취지의 부분은 결과발생의 원인행위가 판명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A·B중 누구의 담배꽁초로 인해 이 사건 화재가 발생했는지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A·B의 근무내용, 화재 발생 시간과 장소 및 경위, 법익침해 방지를 위한 행위의 용이성 등을 고려할 때, A·B가 각자 본인 및 상대방의 담뱃불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어 상호 간에 담배꽁초 불씨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완전히 제거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한 채 분리수거장 부근에서 담배꽁초 불씨를 튕기고 담배꽁초를 던져 버린 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고 이러한 A·B의 각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화재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부가적 판단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인행위가 불명이어서 A·B는 실화죄의 미수로 불가벌에 해당하거나 적어도 A·B 중 일방은 실화죄가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의 A·B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과실범의 공동정범은 행위자들 사이에 공동의 목표와 의사연락이 있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인바(대법원 97도1740 판결 등), 함께 담배를 피웠을 뿐인 A·B 에게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위와 같은 공동정범의 법리가 적용될 수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형법 제30조를 적용한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검사의 주장은 이유 없다.

 

[참고조문] 형법 제18조, 제170조, 제170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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