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교통사고 피해자 진술과 함께 재수사 지시를 받은 사법경찰관이 임의로 추정해서 진술서를 작성한 경우, 진술의 사실부합 여부나 사법경찰관의 재조사 방식 재량여부와 무관하게 허위공문서 작성죄 해당[대법원 2023. 3. 30. 선고 2022도6886 판결]

 

허위공문서작성죄에서 허위라 함은 표시된 내용과 진실이 부합하지 아니하여 그 문서에 대한 공공의 신용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를 말하고(대법원 1985. 6. 25. 선고 85도758 판결 등 참조), 허위공문서작성죄는 허위공문서를 작성하면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성립한다(대법원 1995. 11. 10. 선고 95도139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① 피고인은 이전에 피해자들로부터 청취한 진술만으로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 충분하다고 보아 피해자들의 진술을 다시 청취하지 않은 것이고 ② “피고인이 ‘재수사 결과’란에 피해자들의 진술이라고 기재한 부분은 피해자들이 피고인에게 진술한 내용과 다르다.”라는 취지의 피해자들의 검찰 진술은 신빙성이 없으며 ③ 설령 위 ‘재수사 결과’란에 피해자들의 진술이라고 기재된 부분이 피고인이 이전에 피해자들로부터 청취한 내용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차량 파손 부위와 정도, 진단서 및 여러 정황 등과 수사관으로서 상황인식을 토대로 피해자들의 진술을 위 ‘재수사 결과’란 기재와 같다고 이해하고 인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재수사 결과서를 작성하여 행사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이 사건 가해운전자는 차량 운전 중 우측에 정차해 있던 피해차량을 충격했고, 이 피해차량 운전석과 조수석에는 피해자A, B가 각각 앉아 있었다. 사고 직후 가해운전자는 사고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벗어났고, 피해자A는 112에 뺑소니 사고로 신고했다.

피해자A는 사고 당일 보험회사에 사고접수를 했고, 교통범죄수사팀에서 근무하던 피고인(경찰관)은 나흘 뒤 경찰서 주차장에서 가해 운전자와 피해자A를 만나 사고경위를 조사했다. 이날 피해자 A, B는 병원치료를 받고, 다음날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A는 사고 닷새 뒤 경찰서에 다시 출석해 교통사고 발생상황 진술서를 작성해 진단서와 함께 제출했고, 같이 출석한 B도 ‘가해차량이 피해차량의 운전석 앞 타이어를 접촉한 후 서는 시늉을 하다가 도주하였다’는 취지의 진술서와 진단서를 함께 제출했다. 가해운전자는 사고 엿새 뒤 수사기관에 가해차량 보험회사에 관한 자동차보험가입사실 증명원을 제출했고, 피해자들은 이후 가해차량에 관한 보험으로 치료를 받았다.

한편 피고인(경찰관)은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①재수사 결과서 중 A의 진술과 관련해, 검사의 재수사 요청이 있기 전에 수사하는 과정에서, A로부터 “파손 부위가 타이어 부위이고 차 수리가 필요 없다”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나 실무상 일반적으로 보험 접수가 이루어지면 보상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A로부터 추가로 진술을 청취하지 아니한 채 스스로 여러 정황에 따라 판단해 ‘당시 충격이 경미했고, B가 보상금을 타야 된다고 해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기재했고, ②재수사 결과서 중 B진술과 관련해, 당초 B로부터 진술을 청취하지 않은 채 A로부터 청취한 진술을 바탕으로 기재했는데, ‘가해운전자가 종합보험 접수를 해 주어서 병원치료를 받았다.’는 부분은 결과적으로 종합보험 접수가 이루어져 B가 병원치료를 받았기 때문에 그와 같이 기재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런 사실관계를 살펴보건대, 검사는 가해운전자의 도주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경찰관)에게 A, B로부터 사고 경위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청취해 도주 여부에 대해 재수사할 것을 요청했다. 피고인이 작성한 재수사 결과서의 상단 재수사 요청란에는 위와 같은 재수사 요청 사항이 기재되어 있고 하단 재수사 결과란에는 A, B로부터 진술을 듣고 그 진술내용을 적은 것처럼 기재되어 있다. 위와 같은 재수사 결과서의 작성 경위나 구성형태에 비추어 재수사 결과란의 기재는 피고인이 재수사 요청 취지에 따라 A, B로부터 구체적인 진술을 듣고 진술내용을 적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피고인은 A, B로부터 진술을 청취하지 않았다.

특히 피고인은 A, B가 진술한 바 없는 내용으로 자신의 독자적인 의견이나 추측에 불과한 것을 마치 A, B로부터 직접 들은 진술인 것처럼 기재했다. 따라서 A, B의 진술로 기재된 내용 중 일부가 결과적으로 사실과 부합하는지, 원심판단과 같이 재수사 요청을 받은 사법경찰관이 검사에 의해 지목된 참고인이나 피의자 등에 대한 재조사 여부와 재조사 방식 등에 대해 재량을 가지는지 등과 무관하게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허위공문서작성죄를 구성한다.

[참조조문] 형법 제13조, 제227조, 제229조, 형사소송법 제245조의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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