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명예훼손’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私益的)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된다[2023. 2. 2. 선고 2022도13425 판결]

 

甲은 2017. 12. 1.부터 2018. 11. 30.까지 A대학교 총학생회장이었고, 乙은 같은 기간 A대학교 B단과대학 학생회장이었다. 甲·乙 등 A대학교 B단과대학 소속 학생 등은 2018년 6월 총학생회 주관 여름 농활의 사전답사를 위해 랜트카를 빌려서 충북 C마을을 방문했는데, 차량은 乙이 운전했다.

이들은 답사 종료 후 농민들과 함께 맥주·막걸리 등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자리에서 甲·乙 모두 일정량의 맥주를 마셨다. 甲등 학생들은 乙의 음주를 만류했음에도, 乙은 분위기 탓에 맥주를 일부 마셨고, 약 3시간 후 甲 등을 제외한 학생들을 태운 채 렌터카를 다시 운전했다. 甲 역시 음주 상태의 농민이 운전한 다른 차량에 탑승해 기차역까지 이동했다.

甲은 이 사건 음주운전을 계기로 그 무렵부터 농활 및 준비과정에서의 음주운전 또는 이를 묵인하는 관행에 대한 반성 겸 비판적인 문제의식을 가졌고, 같은 해 9월 일명 ‘윤창호 사건’이 발생하자 총학생회 내 이 사건 음주운전의 공론화 여부·방식·내용 등을 논의했다. 甲은 A대학교 총학생회 국장단 회의에서 결정한 게시글을 페이스북, A대학교 커뮤니티, 전체 학생대표자 카카오톡 단체방에 甲의 이름과 직책을 명시해서 ‘총학생회장으로서 음주운전을 끝까지 막지 못하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게시글의 주된 내용은 ①농활 준비를 위한 사전답사 과정에서 모든 학생들이 음주를 했고, 이로 인해 乙의 음주운전을 끝까지 말리지 못한 사실 ②甲 자신도 농민의 음주운전을 묵인한 사실 ③사건 음주운전이 부적절함에도 아무런 언급 없이 농활을 진행ㅙ 총학생회장 및 농활대장으로서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못했음을 반성하는 마음 ④사죄하는 마음으로 향후 농활 등 총학생회 활동에서 음주운전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는 다짐 등이다.

이루 乙이 해명 취지의 사과문을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후 게시글의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 의견이 대립되자, 사실관계 확인 등을 위해 임시중재회의가 개최됐다. 임시중재회의는 ①甲은 자신의 게시글 중 특정한 시간, 렌트카 탑승자의 수 등 일부 부분에 기억의 오류가 있음을 인정했고 ②‘乙이 맥주를 마신 후 운전을 했다’는 사실에는 甲·乙 사이에 다툼이 없으나 ③乙이 마신 술의 양·종류에 대해서는 학생들 사이의 기억이 일치하지 않았다.

A대학교 총학생회 운영위원회가 발족한 진상조사대책위원회는 2019년 4월에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①향후 농활참여 단위에서는 참여 이전에 농활 내 음주·안전문제에 대해 반성적 토론이 필요하고 ②2018년 농활에서 농민·학생 간의 관계증진에 집중한 나머지 안전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으므로, 차후 농활준비 과정에서 학생회 내부 토론 및 농민회와의 협의를 통해 학생·농민 간의 안전교육을 강화하며, 농민회에 농활기간 중 음주운전하는 일이 절대 없도록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기재돼 있다. 그 외 추가적으로 드러나거나 정정된 사실관계는 없다. 이후 乙은 A대학교 B단과대학 학생회장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 게시글 전체 취지·내용에 비추어 중요한 부분은, ‘乙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했고 甲도 이를 끝까지 제지하지 않았으며, 甲 역시 음주운전 차량에 동승했다’는 점이다. 마신 술의 종류·양과 같은 세부적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것은 기억의 착오에 따른 것이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에 불과해 보이므로, 중요한 부분은 ‘진실한 사실’에 해당한다.”고 봤다.

음주운전 불감증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로서 총학생회 활동 과정에서의 도덕성·준법의식·안전의식의 확보는 물론 향후 농활 과정에서 음주운전 사고의 발생가능성 및 그로 인한 사회적 물의를 최소화함으로써 개인적·사회적 희생과 피해를 줄이고 농활이라는 사회참여활동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까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사건 게시글은 주된 의도·목적의 측면에서 공익성이 충분히 인정된다.

대법원은 “결국 甲의 주요한 동기·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임이 인정되는 이상, 형법 제310조에 따라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함에도, 원심은 마신 술의 종류·양과 같은 세부적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는바,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형법 제310조의 위법성조각사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 자체에 관한 여러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표현에 의해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해 결정해야 하며,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私益的)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형법 제310조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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