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불법의료행위가 아니다. [대법원 2022. 12. 22. 선고 2016도21314 전원합의체 판결]

 

한의사가 의료공학 및 그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제작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는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0도10352 판결의 ‘종전 판단 기준’과 달리, 한방 의료행위의 의미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고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죄형법정주의 관점에서, 진단용 의료기기가 한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됨을 의미하며, 이것이 대법원의 다수의견이다.

하지만 한의사의 현대적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상 허용되는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그러한 진단행위 자체의 학문적 기초가 되는 원리가 한의학인지 양의학인지, 진단은 치료를 위한 준비단계라는 점에서 한의사가 학문적인 기초가 달라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양의학적 진단행위를 함으로써 오진(오진)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다.

한편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판단 기준에 따르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여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하여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이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역시 대법원의 다수의견이며, 그 이유를 이렇게 들었다.

첫 번째,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초음파 진단기기가 발전해온 과학기술문화의 역사적 맥락과 특성 및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한의사가 한방 의료행위를 하면서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이를 사용하는 것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세 번째로는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

하지만 반대의견을 나타낸 법관도 있었는데[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이동원], 이들이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이렇게 설명한다. “다수의견은, 한방 의료에도 현대 과학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의 사용이 허용되어야 하고 나아가 그 사용을 장려할 필요도 있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첫째로, 우리의 의료체계는 양방과 한방을 엄격히 구분하는 양방·한방 이원화 원칙을 취하고 있고, 의료법은 의사와 한의사를 구별하여 각각의 면허를 부여하고 있으므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서양의학(이하 ‘양의학’이라 한다)적인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이원적 의료체계에 반하는 것으로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둘째, 양의학·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와 진찰방법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부가적으로 사용하였더라도 이를 한의학적 진단행위로 볼 수 없고, 아울러 한의과 대학의 교육정도 등을 감안하면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 등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높다.

셋째,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할 것인지는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방향으로 제도적·입법적으로 해결함이 바람직하고, 그러한 정비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참조조문] 구 의료법(2011. 8. 4. 법률 제110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조, 제2조, 제5조, 제27조, 제87조(현행 제87조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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