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건축사 이영록 부장, 삼촌 이재석 건축사, 아버지 이재호 건축사 그리고 큰아들인 이기욱 건축사(좌로부터)
▶예비건축사 이영록 부장, 삼촌 이재석 건축사, 아버지 이재호 건축사 그리고 큰아들인 이기욱 건축사(좌로부터)

무전동 이재호 건축사 형제자녀의 화목한『자유건축』, 통영아파트 건축 산증인

 통영의 웬만한 아파트 설계를 도맡아 한 통영시 무전동 소재 자유건축 사무실에는 화목한 분위기가 넘친다. 그도 그럴 것이 건축사 아버지와 건축사 삼촌을 둔 이기욱 건축사뿐 아니라, 머잖아 건축사가 될 남동생까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기 때문이다. 자유건축은 출발부터 진정 재택근무를 실현한 곳이라고나 할까?

이기욱 건축사(46)의 부친인 이재호 건축사(67)는 1987년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자마자 통영에서 자유건축을 개소한 베테랑이다. 10살 터울의 형님 같은 삼촌 이재석 건축사(56)는 1995년 자격증을 취득해 올해로 27년차다. 이기욱 건축사는 명지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는데, 현장경험을 쌓다보니 2020년에야 건축사가 됐다. 역시 건축공학 전공자인 남동생 이영록씨(40)는 사무실에서 부장직급을 가지고 있는데, 오는 3월 19일 실기시험을 너끈히 통과할 것으로 믿고 있다.

 

형님이 동생에, 아버지가 아들에

아버지이면서 선배이며, 직장상사기도 한 이재호 건축사는 중학교 때 공업과목을 가르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도면 그리는 재주가 있다”는 칭찬에 인생의 진로를 결정했다. 대학 진학 후 ‘적성에 맞다’는 확신을 더 가졌다고. 이론과 실기 중 한 가지만 잘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그는 둘 다 모두 특출했단다.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5년의 실무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회사들이 스카우트경쟁을 펼쳤을 정도.

그런 형님을 보면서 자랐고, 형님의 건축회사에 놀러갔던 추억도 가진 이재석 건축사는 ‘T자를 들고 있거나, 도면을 작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건축사를 동경하게 됐다고 한다. 1983년 입시 때 일말의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그해 동아대 건축공학과에 처음으로 접수한 학생이 그였고, 아직도 #330001이라는 접수번호를 기억한다. 입시전쟁은 지금이나 그때나 화젯거리. 그가 원서 접수하는 모습이 TV방송에도 나왔다나. 그렇게 좋아하는 공부를 했으니 장학금 받으며 효도까지 했단다.

이기욱 건축사는 “건축일이라고 해서 무조건 설계관련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법규가 많아 관공서 쪽 행정사무도 상당히 많다”며 “건축보다는 사업 쪽으로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성향이나 재능, 적성 등을 검사하면 모든 지표가 가리키는 방향이 건축사더라고. 외도(?)를 한 끝에 아버지 건축사무소에 동참하게 됐는데 그래도 사무실보다는 현장경험을 쌓고 싶어 5년 정도 뛰었다. 2020년에야 건축사가 된 그는 “당시 현장경험이 건축설계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책임감을 더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건축주, 시공사 모두 마음 맞아야

형제는 닮은꼴일까? 건축공학을 전공했음에도 게임제작에 흥미를 가졌던 이영록 부장은 ‘간 크게도’ 아버지한테 숨기고 2~3년 정도 일본에서 게임제작 일을 배웠다. 그리고 취업한 서울의 게임제작 회사에서 나름 인정받으며, 팀장이 되기도 했다. 당시 얼마나 야근을 많이 했던지, 아버지(이재호 건축사)와 형님(이기욱 건축사)이 서울집을 방문했을 때조차 얼굴 한번 마주보질 못했을 정도. “이러다 몸에 큰 병일 날 것 같아서 부모님에게 SOS를 쳤다”는 이영록 부장. 이제야 귀향해서 아버지, 삼촌, 형님과 함께 일하게 된 것. 자유건축 소속 건축사들의 경력을 모두 합하면 64년이다. 이기욱 건축사와 이영록 부장이 일찌감치 업계에 뛰어들었다면 합산경력도 100년 가까웠을 듯.

아버지 이재호 건축사는 통영 아파트 건축설계의 산증인이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국민주거지 제공을 공약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아파트 건축붐이 일어났기 때문. 눈코 뜰새 없이 일이 많았다. 통영 송림데파트·동신아파트·주영에이스빌·진우하이빌·신우희가로·일성유수안·동원비치 등 1만2000세대가 넘을 듯하고, 거제 신우·일성·주영·동하파로스빌·장승포라데팡스 등 수두룩하다. 이 외 창녕, 사천, 진주, 창원 등에도.

다른 지자체 공공건축물 설계에도 참여했는데, 통영에 대표적인 것으로는 케이블카 상부역사 스카이워커 설계, 통영어드벤쳐타워 감리, 강구안친수공간설치사업 참여 등이다.

예향이라는 통영에서의 건축설계는 어떠해야 할까? 이재호 건축사는 “문화예술과 접목한 건축물 설계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의지를 가진 건축주를 만나야 되고, 의지를 담은 설계를 실현할 시공사를 만나야 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는 관공서가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고.



보통사람의 꿈 돕는 보람 느껴

아버지 이재호 건축사는 ‘성실함’과 ‘친절’을 강조한다. 이 분야도 서비스업이라는 것. 큰 아들 이기욱 건축사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실용성’이고, 그 위에 ‘디자인’과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삼촌 이재석 건축사는 “집은 사람들 재산목록1호가 대부분이고, 그들의 꿈이다. 어렵게 땅을 구해 자기 집을 짓는 그들이 꿈을 성취하는 일을 도와주는 직업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 짓는다. 예비 건축사 이영록 부장은 “통영건축물이 미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인구구조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며 “젊은 사람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부족한” 점을 아쉬워했다.

화목한 가족회사라도 사무실에서만큼은 ‘건축사’, ‘건축사님’으로 칭할 만큼 공사를 가린다고. 이재호 건축사는 “서울도 한강변 35층 제한을 해제했는데, 통영도 가로로 길쭉한 건물보다는 좁고 높은 건물의 건축을 허용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이 부분은 시민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지만 생산적인 논쟁을 할 가치는 있지 않을까?

자신들이 설계한 다세대 주택에서 가족 모두가 함께 사는 꿈을 꾼다는 3인의 건축사와 1명의 예비건축사. 우애 넘치게 지내는 가족만큼 행복해 보이는 게 또 있으랴. 그런 면에서 자유건축은 단지 건물설계만 하는 게 아니라 꿈과 행복을 담는 그릇을 설계하는 것이리라.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