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으로뿐 아니라 한끼 식사로도 그만인 양푼이동태탕
해장으로뿐 아니라 한끼 식사로도 그만인 양푼이동태탕

한 겨울 추위를 견디고 다시 일어선 통제사 이순신이랄까? 수군을 이끌고 격랑의 바다를 헤쳐 온 함대사령관이랄까? 동태(凍太)사령관이 지휘하는 싱싱하기 그지없는 바다 사나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낙지·꽃게 격군, 전복·새우 사부(射夫), 가리비·홍합 포수(砲手)가 개조개·삐툴이(작은 소라 종류를 가리키는 사투리)가 울리는 진군나팔 소리에 장사진, 학익진으로 모는 기세에 스트레스 달아나고, 숙취 날아가니 어느새 우리의 몸은 새 기운으로 가득해진다. 한산대첩의 역사가 오롯이 베여 있는 것 같은 이것은 그냥 동태해물탕이 아니다. 통제사의 일성호령에 한 마음 순응하는 조선수군 특공대다.

서호시장에서 중앙동으로 가는 시내버스 일방통행로 끄트머리에서 오른쪽 여객터미널 방면으로 향하는 입구에 자리 잡은 바다양푼이동태탕 서호점(항남5길 12-6)은 그러면 통제영이려나? 6월 중순(20일)이면 개업한 지 3년째 되는 하선자 대표(60.사진)는 현실의 통제사인 것이려나?

12개의 테이블을 갖춰서 최대 50여명까지도 앉을 수 있는 바다양푼이동태탕 서호점은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관광객 발길이 끊이질 않던 명소다. 인근에 단체손님을 맞을 만큼 넉넉한 공간을 갖춘 식당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음식 맛이 뛰어난 덕분이다. 복숭아나무는 말이 없어도 그 아래 길이 절로 생긴다지 않던가? 신선한 통영산 해물은 외지인이 더 잘 안다.

동네사람들한테 인정받지 못하는 식당을 관광객들이라고 오랫동안 좋아서 찾는 전례가 있을 리 없다. 바다양푼이동태탕 서호점은 계모임 전문식당이자, 동네 단골손님들의 천국이다. 사흘에 한번 정도 들리는 손님만 열 댓 명은 될 듯하고, 이틀에 한 번 꼴로 오는 분만 십 여 명, 매일 오는 손님도 5~6명일 정도다. 단골손님 비율이 전체의 60%정도라니 그야말로 ‘동네식당’ 훈장감 아니랴. 명성에 걸맞게 공기밥은 무한리필이 가능한데, 힘든 공사일 하는 손님들은 왔다하면 혼자서 밥 두 세 공기쯤 ‘뚝딱’이라도 동네식당 아니면 누가 이렇게 대접하랴.

모두가 알다시피 명태를 얼린 것이 동태인데, 동태는 버릴 게 하나 없는 완전식품이다. 저지방 고칼슘의 단백질 대표 식품인 동태는 특히 간장을 해독하고 보호하는 효능이 뛰어나다. 한의학에서도 간장해독, 혈압조절, 체내 노폐물 제거에 탁월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입에 좋은 것이 몸에도 좋다고 했다. 효능에 앞서 한 숟가락 떠 입안에 넣으면, 식도로 타 넘어가는 순간부터 온몸에 전율이 흐르고 시원한 기운이 구석구석을 감돈다.

동태애는 비타민A가 많아 시력개선에 도움을 주는 영양원이고, 동태알은 비타민E·토코페롤이 많아 노화방지에 중요한 요소가 되며, 창란의 칼슘성분은 명란젓보다 3배 이상 월등할 정도다. 아가미 역시 멸치보다 풍부한 칼슘을 함유하고 있고, 고니(수컷생식소)에도 각종 영양소 특히 단백질·인이 풍부하다. 부드럽고 담백한 동태살의 식감은 비교할 바가 없음은 물론.

좋은 식재료는 좋은 음식을 보장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좋은 식재료는 필요조건 일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훌륭한 사령관은 전장(戰場)의 상황에 맞는 진법(陣法)을 구사하고, 장병(將兵)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치고 빠지는 적절한 타이밍을 판단하는 행동가다. 그 사령관, 통제사가 바로 안주인 하선자 대표다.

원산지 통영의 바다를 가득 담은 양푼이해물탕 끓이기 전 모습
원산지 통영의 바다를 가득 담은 양푼이해물탕 끓이기 전 모습

그녀의 전장은 주방이고, 그녀의 장병은 동태와 해물·채소·양념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은 오로지 손맛이라는 그녀만의 진법일 뿐. 하대표의 손을 거쳐야만 비로소 해물전골·해물찜·동태전골·코다리찜이라는 장사진(長蛇陣), 동태탕·알곤이탕이 라는 학익진(鶴翼陣)이 완성된다. 또 술안주로 인기 급부상 중인 명태전이라는 하대표 만의 비밀무기까지.

바다양푼이동태탕 서호점 하선자 대표는 또 다른 치열한 삶의 전장을 위해 항상 준비상태다. 한 여름에는 날이 선선해질 무렵, 한 겨울에는 어둑해질 무렵 가벼운 걸음으로 한 번 들러 보리라.

해물탕(끓이기 전)
해물탕(끓이기 전)
해물탕(끓인 후)
해물탕(끓인 후)
양푼이동태탕(끓이기 전)
양푼이동태탕(끓이기 전)
양푼이동태탕(끓인 후)
양푼이동태탕(끓인 후)
동태찜
동태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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