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호 반려동물복지팀장
장영호 반려동물복지팀장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은 정해진 규정에 얽매이기 마련이다. 법규를 벗어난 경우는 월권(越權)이니 그럴 수밖에 없고, 그래서 ‘모난 놈이 정 맞는’ 것처럼 복지부동이 발생한다. 하긴 그러니까 공무원이 먼저 나서서 행정을 처리해 주면 더욱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통영농업기술센터 장영호 반려동물복지팀장(45)을 칭찬하는 독자의 전화가 온 것은 여름이 채 오기 전의 일이다. 그 독자는 “장영호 팀장 덕분에 올해 농사를 망치지 않을 수 있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취재를 서두르지 않은 것은 ‘공무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처리했다고 굳이 칭찬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점도 작용했다. 묵묵히 맡은 바 직분을 다하는 많은 공무원들을 일일이 다 칭찬해 줄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하지만 복지부동의 결과가 개인적으로나 공동체에게나 치명적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장영호 팀장이 민원을 접수받은 것은 지난 4월 9일이었다. 미래농업과 농업기반팀장을 할 때였다. 고성군 동해면~안정~도산을 연결하는 77호선 국도 개설 과정에서 국토관리청이 노선 상 관정을 폐공조치도 하지 않고 포장을 해 버린 것이었다. 이 관정은 광도면 황리 일대 농지 1만5000평과 15농가에 물을 공급했는데, 마침 모내기를 앞두고 논물을 가둘 무렵이라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격이었다.

장영호 팀장은 이튿날인 4월 10일 현장조사를 마치고, 국토관리청에 민원을 알리며 답변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관리청은 과실인정은 미룬 채 “추가조사 하겠다”, “예산검토에 시간이 걸릴 것같다”는 답변만 했다. 어쩌면 올해 안에 결말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한 장영호 팀장은 일단 대체관정을 조성키로 했다.

대체관정 조성이 쉬운 일도 아니다. 지하 100m정도 파공해야 하고, 하루 용출량이 100톤 이상이 돼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갖춘 지역을 인근에서 찾은 것도 행운이었다. 관정이 차지하는 면적은 1평 정도에 불과하나, 콘크리트로 타설하기 때문에 방해물이 될 수 있어 땅주인이 반대할 여지도 있고, 전력공급을 위해 한전의 협조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장영호 팀장은 4월 14일 예산 2200만 원짜리 관정조성 사업을 발주했다. 민원제기 닷새만의 일이다. 그리고 5월 10일 준공을 마쳤다. 덕분에 6월 초순으로 다가왔던 모내기 이양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하마터면 농민들의 생계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뻔 했던 일을 장영호 팀장의 신속한 대처가 막아낸 셈이다.

77호선 국도공사가 무량마을까지 완료 된 상태인데, 노선 상 누락된 관정은 이곳 딱 한 군데였다. 장영호 팀장은 “당연히 해 드려야 하는 일인데 이렇게 인터뷰까지 한다니 조금 쑥스럽다”면서도 “민원이 제기될 때만해도 과연 농사짓도록 할 수 있을까? 올해 농사 망치는 것 아닐까?”하고 걱정이 컸다고 말한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당선 직후인 7월 첫 확대간부회의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민원 처리할 것”을 지시했고, 지난해 11월에도 ‘적극행정’과 ‘혁신’을 강조했다. 장영호 팀장도 “시장님이 항상 적극적인 행정을 강조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밀어 붙일 수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또 다른 에피소드는 장영호 팀장이 원래부터 공복으로서의 책임감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게 한다.

장영호 팀장이 산양읍사무소에 근무할 때다. 산양읍에는 신봉, 산유골, 홍골 등 소류지가 3군데 있는데. 이 중 신봉소류지만 통영시 소유로 돼 있고 산유골과 홍골은 사유지였다. 이 개인명의 저수지 안에 있던 농지가 포락됨으로써 경작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통영시 소유 신봉소류지를 용도 폐지하고 논(畓)으로 조성한 다음 이를 포락지 농가에 대체농지로 제공한 적이 있다. 그런데 착오였는지, 누락이었는지 대부계약도 체결하지 않았고, 등기마저 안 된 상태여서 농민들은 범법자가 되고 공무원은 부당한 행정조치를 한 셈이 된 사례가 발생했다.

이 오래된 민원은 산양읍 담당자가 해결을 위해 2년 동안 애쓰다가 결국 포기했던 것으로, 장영호 팀장은 2018년 말부터 약 2년에 걸쳐 대형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하는 등 백방 노력을 기울인 끝에 대상농가 4가구 중 3가구 민원을 해결했다고. 나머지 한 가구는 등기상 일본인이 지분소유자여서 현재로는 해결불가 상태다.

그런데 이런 책임감은 그의 공직 초기부터 나타났던 일들이다. 2001년 7급으로 공직생활 시작한 그가 2003년쯤 공익요원 관리업무를 할 때였다. 그런데 관리하던 공익요원 중 2명이 분명히 병역면제를 받아야 하는 조건임에도 부당하게 복무중인 것을 알게 됐다.

한 명은 가정형편이 어려운데다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처지였음에도 주민등록상 여형제(누나)가 있는 바람에 복무를 하게 됐는데, 그 누나는 이미 가출한 지 십 수 년이 넘어서 사실상 부모를 부양할 가족이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더구나 병무청에서 부대 복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만 듣고 귀가했다가 재징집 당하면서 그 공익요원은 장영호 팀장의 도움의 손길에조차 “훈련소 세 번 끌려가기 싫다”는 말을 할 정도였다고.

다른 한 명은 다운증후군 환자로 누가 봐도 분명할 정도의 병역 면제자였음에도 신체검사, 훈련소 어디에서도 지적되지 않고 복무하는 상태였다. 이들 두 명은 이미 복무 10개월째였고, 1년6개월 정도 복무기간을 남겨둔 상태였다. 이를 장영호 팀장이 적극 나서서 해결한 덕분에 두 명은 즉시 소집해제 되면서 병역을 필할 수 있었다고. 장영호 팀장이 “가장 보람 있었다”고 느끼는 일화다.

장영호 팀장은 1975년 통영시 산양읍 곤리에서 4남2녀의 막내로 태어났고, 2001년 7급 공무원으로 거제시청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2006년 고향인 통영시청으로 전출왔으며, 1999년 결혼한 부인과 사이에 2녀1남을 둔 다둥이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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