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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송이 야생화농원 반창건 씨

기사승인 2018.07.27  0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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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향기 가득한 농원지기

“마삭은 사철 꽃처럼 예쁜 잎을 달고 있습니다. 5월에 꽃이 피는데, 그 향기는 다른 식물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하고 향기롭습니다. 10월에 단풍이 들면 겨우내, 이듬해 3월까지 단풍물이 묻어 있습니다. 가지를 전지했을 때 새순이 잘 나오니 모양 잡기도 좋습니다.”

통영시 광도면에서 ‘백만송이 야생화농원’을 하는 반창건 씨(61세)의 마삭 사랑은 끝이 없다. 마삭의 매력에 빠져 야생화농원을 시작한 지 14년, 반창건 씨의 야생화농원 5개 하우스에는 갖가지 야생화와 마삭이 가득하다.

반창건 씨가 가장 아끼는 식물은 마삭 중에서도 무늬종이나 희귀종 마삭이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 어디든 자라는 덩굴식물이 마삭이지만, 창건 씨의 농장에서 자라는 마삭은 잎마다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져 있는 무늬종이다. 초록 잎 사이로 노랗고 하얀 무늬가 아롱져 잎새가 꽃처럼 예쁘다.

무늬가 아름다운 마삭.

무늬종 마삭의 탄생

원래 마삭은 싱그러운 초록빛깔로 화단을 수놓는 덩굴 식물이다. 초록색은 성장도 잘 되고 번식도 잘 된다. 하지만 무늬마삭은 초록마삭이 번성하면 스스로 도태되고 만다.

“마삭 가지가 만 개 정도 되면 그 중 하나에 무늬마삭이 자랍니다. 초록색 잎의 가지가 번성하면 도태되어 죽고 말지요.”

창건 씨는 도태되기 전의 마삭 줄기를 잘라 삽목으로 새로운 무늬종 마삭을 증식시킨다.

줄기를 물에 담가놓으면 어느새 뿌리를 내려 한 몫의 묘목이 된다. 이것을 햇볕과 바람이 드는 좋은 토양에 심고 수분을 관리하며 마삭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쩌면 돌연변이일 수 있는 무늬종이 창건 씨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으며 새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야생화농원의 증식장에는 갓 뿌리를 내린 마삭 5천 그루가 풀밭 식물처럼 빼곡이 자란다.

반창건 씨는 무늬종 마삭을 주종으로 키운다.

야생화와의 만남

“처음 산에서 우연히 ‘세풀석이’라는 식물을 채취하게 됐어요. 인터넷을 조회해 보고 이름을 알았지요.”

세풀석이는 보익, 지혈 등의 약재로 쓰는 늘푸른식물이다. 막상 집에 가져와 키우다보니 가물 때는 죽은 듯이 잎을 말고 있다가 비올 때 피어나는 모양이 신비롭고 예뻤다.

야생화 동호회인 통영들꽃회 회원이었던 창건 씨는 점점 더 야생화 세계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아내와 함께 운영하던 커튼 집을 아내에게 맡기는 일이 잦아지다가, 14년 전에는 아예 지인의 밭에 30평 정도를 세내어 야생화를 키우기 시작했다.

마삭의 매력에 빠진 뒤로는 무늬종마삭에 주력했다. 전국의 산을 다니며 특이한 마삭을 채취했다. 먼저 마삭을 시작한 농원들과 경쟁하려면, 특별한 것이 있어야 했다. 만 평 땅에 마삭 수십만 개를 키우고 있는 이와 똑같이 개체수로 승부할 수는 없었다.

“처음 7년간은 소득이 없었어요. 마삭이 자라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거니와 희소성 있는 종자로 승부하겠다는 마음이 있어 좋은 종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기도 했지요.”

가까운 사람들은 만날 일만 하고 소득이 없는 걸 걱정했다. 하지만 창건 씨는 그럴수록 무늬종 마삭에 매달렸다.

자세히 살펴보면 잎새마다 무늬가 다르다.

가치 있는 것은 오래 기다려 얻는다

무늬종은 초록색 마삭에 비해 성장이 더디다. 그나마 그중 30%만 제대로 성장한다. 1년 정도 지나면 겨우 10cm남짓 자랄 뿐, 3년은 지나야 몇 개 가지를 뻗는다. 판매가 될 정도로 자라려면 4~5년은 기다려야 한다. 가장 좋은 값에 팔리는 마삭은 7년 정도 자란 것이다.

“희귀할수록 마니아들이 찾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집니다. 다양한 멸종 위기의 야생화를 증식하고 보급하기 때문에 농가 소득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다른 데서는 살 수 없는 희귀한 마삭들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됐을 때, 창건 씨는 ‘겨울동화’, ‘우네’ 같은 이름을 붙여서 인터넷 시장에 무늬종마삭들을 내놓았다. 그러자 서울, 인천 같은 대도시에서 창건 씨의 마삭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마니아들은 “어디서 이렇게 좋은 품종을 얻었느냐?”고 감탄하며 창건 씨의 마삭을 구입했다.

전국의 야생화 동호회를 통해 파악해 본 바에 의하면 전국에 마삭마니아들이 3~40만 명은 족히 된다고 한다. 무늬가 아름답고 특별할수록 마삭은 비싼 값에 팔린다.

자연 앞에 서면 사람은 겸손해진다

똑같이 심은 모종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자란다.
왼쪽 것은 평범하게 자라고
오른쪽 것은 농원 전체에서 가장 좋은 값을
매길 수 있을 만큼 가치 있게 자랐다.

“무늬가 예뻐 증식을 했는데, 이 아이가 계속 이렇게 예쁜 무늬를 갖고 자랄지, 아니면 다시 초록이로 돌아갈지는 모르는 겁니다. 초록 잎이 나기 시작하면 금세 성장하기 때문에 무늬종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지지요.”

처음 5~6년은 다시 초록잎으로 돌아가거나 죽거나 못난이 무늬가 나와, 모두 엎어버리기도 했다. 시행착오 끝에 물을 어떻게 얼마큼 주고 햇볕을 얼마나 쬐게 할는지를 체득하게 되었지만, 잎새의 색깔과 무늬는 전적으로 자연의 영역에 속해 있다. 똑같이 사온 마삭이 하나는 정말 아름다운 빛으로 자라고 하나는 평범한 식물로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창건 씨는 식물의 다양성과 인간의 한계를 생각한다.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욕심은 금물이지요.”

아침마다 물을 주면서, 마삭의 무늬가 잘 자리잡고 있는지, 삽목할 때가 됐는지를 살필 뿐 자연 앞에서 겸손을 배우는 것이다. 자연이 내어준 생명을 조심스레 가꾸다 보면, 또 자연은 그만큼 아름다운 무늬와 향기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준다.

마삭의 매력에 빠져 농원을 하고 있는 반창건 씨.

김선정 기자 64440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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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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