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계획표를 만들어 놓고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만들 때 들인 노력은 헛수고일 뿐이고, 결과는 기대와는 어긋나 있을 것이 분명하다. 통영의 경관계획이 꼭 그런 꼴 아닐까?

서로 다른 경관 내에서 일어나는 자연 적·인공적 과정을 계획하는 일을 ‘경관계획’이라고 하는데 도시의 자연과 인간을 조화롭게 만들기 위한 밑그림을 말한다. 경관계획은 경관법에 따라 통영시는 경관조례에 따라 마련된다.

통영이 가장 최근에 만든 경관계획은 2017년에 만든 것으로, 2008년 이후 9년 만이었다. 김동진 시장이 “역사와 문화의 너울이 담긴 해양관광수도 통영‘을 모토로 전임 진의장 시장시절 만든 경관계획을 정비한 셈이다. 이 경관계획은 통영을 4개의 경관권역으로 구분해 별개의 계획을 만들었다.

우선 도산·광도·용남의 북부산업개발권역, 무전동에서 미수·봉평까지의 중부도심권역, 한산·산양의 한려해상권역, 욕지·사량의 남부도서권역이다. 각 권역별로 보전, 관리, 형성계획을 세우는데 중부도심권역의 경우 도심조망경관과 해안경관을 보전하고, 기반시설을 개선으로 보행 친화적 도심이미지를 관리하며, 역사도심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2017년 통영경관계획대로만 해도
여기에 산악녹지축·해양관광축·시가지축·해안가로축·도시기반축의 경관축을 형성해 연속성·통일성 있는 경관을 유도하고, 자연경관거점·시가지경관거점·진입경관거점·역사문화경관거점을 지정해 자연경관은 보존하고, 조망 및 야간경관은 특화하며, 문화재 및 예술특화 거리의 경관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역사도심, 통영항, 죽림, 욕지도는 중점경관관리구역으로 선정해서 통영시 전체의 경관계획 구현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경관계획에 따라 동피랑·서피랑의 능선보전은 어느정도 성과를 얻은 것 같고, 국가사업에 기댄 것이지만 강구안 친수공간 조성사업도 현재진행형이다. 죽림 보행친화적 수변공간 형성도 가시적 성과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통영항 주차장을 녹지 공원화한다는 계획은 아직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것 같고, 청마거리 경관관리도 아직 요원하며, 세병관에서 강구안으로 이어지는 조망을 보전한다는 계획은 실전에 맞부딪혔을 때 과연 통영시가 어떻게 처리하는 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왜냐면 2017년 수립된 통영시 경관계획이 지금까지는 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돈들여놓고...서말 구슬도 꿰어야
물론 통영시에는 경관위원회가 있어서 각종 시설과 건물에 대해 심의를 한다. 도로시설물, 도로부속물, 가로시설물의 공공시설물은 경관위원회의 자문대상이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심의대상이다. 10억 원 이상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공원·조경시설, 30억 이상의 토목공사, 대상면적 3만㎡ 이상의 도시지역 개발사업, 3층 이상의 경관지구 건축물, 연면적 1000㎡이상의 공공건축물 등은 심의대상이다.

하지만 심의대상을 통영시의 경관계획에 따라 심의하는 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저층주거지역내에 1~2개동의 공동주택을 건설을 지양하라고 2017년판 경관계획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지만, 통영관내 이를 적용받지 않은 것 같은 공동주택이 제법 많이 있기 때문이다.

동화에는 숲속의 공주를 깨우는 데 한 번의 키스만으로 충분했는데, 통영시는 매번 키스를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공주가 사랑하는 왕자님이 아니기 때문일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수립한 지 이제 겨우 2년 지난 경관계획을 써먹지도 못할 바에야 투입한 혈세가 아깝지 않은가? 하긴 뭐든지 그렇다. 원칙대로만 하면, 약속한대로만하면 아무 문제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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