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는 굴폐각 동해 정해역 해양폐기 승인했는데
적덕,구집마을 주민 '악취' 민원제기하며 무산위기"

수 십 년간 통영시민의 골치를 썩였던 굴폐각 처리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잡았지만 정작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며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의 가장 숨기고 싶고, 가장 부끄러운 부분의 하나가 해안가를 점령하다시피 하면서 악취까지 풍기는 굴폐각 문제다.

통영시에 따르면 연간 발생하는 굴폐각은 15만 톤에 이르고, 이중 12만 톤 정도가 폐화석 비료공장 재료로 쓰이거나, 종묘생산에 재활용 되지만 나머지 3만 톤 정도는 처리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방치 되고 만다. 그나마 재활용되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이후니까 굴양식업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은 굴폐각이 우리 주변에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이렇게 처리되지 않고 해안가를 점령하거나, 방치된 굴폐각의 누적량이 상당하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올해 9월에 접어들며 문제해결의 기미가 보였다. 해양수산부에서 통영의 굴폐각에 대해 통영에서 180Km 떨어진 동해 정해역(영해) 해양투기를 허용한 것이다. 더구나 굴폐각을 발생시킨 당사자가 비용의 20%만 자부담하면 나머지는 예산을 투입해 주는 파격적인 방식이었다.

통영시는 올해 예산으로 10억 50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미 책정된 예산이다. 올해 발생한 12만 톤 정도 중 처리되지 않았던 3만 톤 중 1만8000톤 정도를 올해 연말까지 해양 투기할 계획이다. 워낙 많은 양이다보니 3000톤급 바지선에 싣고도 6~7회는 왕복해야 할 정도다. 최대적재량이 3000톤이지만 안전운항을 위해 한번에 2500톤 정도만 싣기로 했기 때문이다.

길이 88m의 바지선을 접안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었다. 해수부가 동해 정해역 투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보이자 통영시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이미 9월 이전부터 장소를 수소문했다. 그래서 결정한 곳이 광도면 구집마을과 적덕마을 사이 구SPP조선소 물양장이었다. 이곳은 약90m의 바지선이 접안하기에 충분한 해안선에다가 수심도 적당하게 깊어서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하지만 막상 작업을 시작하려는 찰나에 민원이 발생했다. 대형트럭에 굴폐각 수 십톤 씩을 싣고 마을 앞길을 오가는데다가, 코팅사를 제거하기 위한 작업으로 악취까지 발생하자 주민들이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이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구집마을 한윤근 이장은 “마을주민들이 냄새난다고 절대 허락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주민들 심부름꾼인 이장이 뭐라고 말을 하겠느냐”고 말했고, 적덕마을 박문갑 이장도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모두 같은 의견은 아닌 것 같다. 적덕마을에 산다는 A씨는 “통영시가 가진 난제 중 하나가 굴폐각 처리 건인데 이런 일을 협조 안하면 어떡하겠다는 것이냐”며 “협조할 건 협조하고, 통영시의 지원을 요철할 것은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영시민들의 묵은 숙제인 굴폐각 문제가 해결의 기회를 맞았는데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해결하지 못하게 된다면 너무나 이기적인 주장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두 이장은 “이해는 한다. 한 번 더 설득 해 보겠다”면서도 “주민들이 반대하는데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적덕마을 박문갑 이장은 “SPP물양장이 구집마을 쪽이므로 구집마을 주민들이 허락한다면 우리도 달리 생각해 보겠다”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통영시는 구집마을 SPP물양장이 통영관내 어느 곳보다 동해 전 해역까지 가깝고, 인가에서 떨어져 있어 악취와 소음피해가 적으며, 작업공간이 널찍해서 최적의 장소라고 판단하지만, 차일피일 시간만 늦출 수가 없어 현재 용남면 밤개마을 삼삼물산 앞에서 작업을 진행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님비현상이라고 불리는 지역이기주의의 병폐를 우리는 여러 곳에서 목격한다. 혐오시설이 지역에 들어오는 것을 극히 꺼려하는 심리에서 출발한 것으로, 때로는 안락하게 거주하고 싶은 자연스런 욕구의 표현이라고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원룸업자들이 자기의 살길을 위해 대학교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것처럼 주장이 너무 지나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통영시민 전체의 묵은 숙제였던 굴폐각의 처리기회를 잡는 실리와 구집·적덕마을 주민의 이익을 지키는 것 사이의 경중(輕重)을 우리 공동체는 반드시 따져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 해결하지 않고 우리 후손에게 떠넘겨서 될 일인가? 더불어 사소한 민원에 밀려 공동체전체의 숙원과제 해결에 미적거린 행정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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