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향하는 뱃길이 15년 만에 다시 열릴까? 만일 열린다면 카페리가 나을까, 초쾌속선이 나을까? 통영시 의뢰로 타당성조사를 한 한국해양대 산학협력단은 여객만 운송하는 초쾌속선이 화물과 차량을 함께 싣는 카페리보다 더 낫다고 제안했다. 15년 전에 비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에 사업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용여객, 세월호 이전 회복

한국해양대가 제시한 자료를 보면 연안여객선을 이용한 여객이 세월호 사고 이전 수준 회복을 넘어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소폭 증감을 거듭하면서 1400만 명대를 유지하던 연안여객수가 2013년 1600만 명을 돌파했지만 2014년 1427만 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5년 1538만 명, 2016년 1542만 명으로 증가하더니 2017년 1690만 명까지 늘어났다.

화물 및 차량수송 물량은 세월호 사고 여파를 거의 받지 않았다. 2013년 271만대이던 것이 2014년 253만 대로 하락했지만, 2016년 274만대로 세월호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2017년에는 299만대를 기록했다.

섬이라는 특성상 육지로부터의 해상물류는 필수적인데 제주항의 물량처리 자료는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2010년 처음으로 1000만 톤을 넘어선 이후 증가세를 거듭해 2014년에조차 1430만 톤의 상승세였고, 2017년에는 1858만 톤을 기록했다. 참고로 가장 비중이 큰 화물은 유류(8.1%)와 모래(5.5%), 시멘트(3.2%)였다.


운항선령 젊어지는 등 안전강화

긍정적인 면은 또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해상안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지며 선령이 점점 젊어지고 있다. 20년 이상 선령이 12년 25%(43척/172척). 13년 28%(48척척/173척), 14년 29%(48척/168척)이다가 15년 33%(56척/169척), 16년 32%(53척/167척)이더니 17년에는 25%(42척/168척)로 감소했다.

반면 5년 이하 선령의 신조여객선 비율이 12년과 13년 11%, 14년 15%(26척/168척), 15년 18%(31척/169척)였지만, 17년에는 31%(52척/168척)나 됐다.

결국 여객과 차량 및 화물의 숫자는 증가추세고, 제주항 처리물량도 증가세이며, 선박의 안전성도 훨씬 개선됐다는 것이 된다. 외적인 여건은 조성된 셈이다.

다음은 내적인 여건을 갖췄는지 만 남는다. 통영시는 15년 전에 비해 여건이 나아졌다고 판단한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들어섰고, 케이블카도 생겼으며, 루지는 젊은 층의 핫플레이스인 데다가 관광통영의 위상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격상했다는 분석이다.

한국해양대 산학협력단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통영은 경남·경북·충청지역까지 포함하는 넓은 배후 지역이 있고, 고속도로가 근접해 있으며, 부산과 목포의 중간에 위치해 지리적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관광지로서의 명성도 빼놓을 수 없다. 더구나 통영시민들의 항로개설 의지가 높다는 점, 제주행 물량의 증대 경향, 향후 고속철도 개통계획에 따라 관광 제주와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통영인프라, 15년 전보다 나아져

다만 대형 여객선 운항경험이 없다는 점, 제주도 소비재 공장이 통영 인근에 없다는 점, 오히려 부산-여수 사이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점, 새로 시도하는 사업이라 예측이 어려운 점, 저가항공사와 경쟁해야 하는 점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한 결과 그래도 사업에 타당성이 있고 경제성이 있다는 것이 협력단의 판단이다. 통영-제주간 121해리(220Km) 항로는 25노트 운항 시 4시간 50분, 40노트면 3시간에 주파한다.

카페리일 경우 차량운임을 15만원 받으면 운항 첫해는 항해당 337만 원의 적자가 나지만, 2년차부터 항해당 291만 원의 흑자로 전환돼 3년차 900만원, 4년차 1500만 원을 돌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차량운임을 20만원으로 하면 첫해부터 488만 원의 흑자다.

 

운임 5만원, 첫해부터 흑자 가능

초쾌속선을 운항한다면 여객운임이 3만5000원일 경우 3년차에야 92만 원의 흑자로 전환되고, 4만원일 경우 2년차부터 42만 원 흑자가 나지만, 5만원일 경우 첫해부터 42만 원 흑자를 달성하고 3년차에는 항해당 1000만 원을 돌파할 것으로 분석됐다.

산학협력단은 카페리일 경우 월·수·금 운항을, 초쾌속선일 경우 월·화·목·금·토 운항을 권장했다. 이제 남은 것은 통영시민들의 의사와 사업자의 선택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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