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지역의료현황 진솔한 평가 시간
젊은 인구 지속 감소, 진료과목 축소 일로
인내심 많은 환자가 의료서비스 수준 높여

지난 16일 본지 회의실에서 개최한 토론회 참석자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우선 통영의 의료서비스 수준은 비판적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외형적인 규모면에서 성장했고, 인구 대비해 결코 의료진과 의료장비의 수준도 낮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도서지역이 많다 보니 응급의료체계는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당연히 생기고, 현재의 상태로는 여전히 주민들이 위급한 상황을 만날 경우 생명을 구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여건이다. 3대 중증 상황에 대한 대비 역시 통영은 의료취약지역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다만 본지가 취재한 바에 의하면 닥터헬기를 비롯한 해경헬기, 산림청헬기 등을 활용한 위급상황 대응체계가 머잖아 실현될 것으로 보이고, 통영에 고성·거제까지 아우르는 책임의료기관이 건립되면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환자에 대한 처치, 3대 중증질환에 대한 대처가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의 주요발언 내용을 싣는다.

이진석 협회장 : 서비스 질이 낮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통영은 인구와 의사 숫자 등을 보면 어느 지역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 MRI, 병실수는 오히려 너무 많아서 문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조선업이 붕괴되면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절벽이다. 장기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발달장애아동을 위한 재활전문병원의 경우 개인 투자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다. 가장 매출이 많은 관내 병원조차 소아과는 운영하지 않는다. 투자 대비 수익이 낮기 때문이다. 특히 소아과는 환자는 1명이지만 보호자까지 3~4명을 동시에 응대하는 경우가 많아 직원들이 너무 힘들어서 일을 하는 것도 이유다. 달빛병원도 있지만 24시간 소아응급실이 운영돼야 한다. 통영시의 지원이 필요하다.

통영에는 새통영병원만 응급실을 운영하는데 수준을 높여야 한다. 연간 국비 2억1500만 원 정도 지원된다면 수준을 높여야 한다. 전문의를 둘 필요까지는 없다. 준 공공의료기관인 적십자병원도 활용해야 한다. 지금은 소아과 문제가 나타나지만 조만간 산부인과 출산과 분만 관련 문제가 나타날 것이다. 산부인과 병원이 단 한 곳인데, 행정에서 어느 정도 지원해야 한다. 고성에는 산부인과 의사를 초빙한다는데 월급만 받고 열심히 일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3대 중증치료센터의 경우 제 경험상 심장센터가 통영에 들어설 가능성은 없다. 중증외상센터도 마찬가지다. 1년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연간 몇 십억 원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섬 지역 보건지소 활동은 의료라기보다 복지라고 부르고 싶다. 도서지역 보건지소에서 물리치료를 하려면 물리치료사가 있어야 하는데 예산이 될지 의문이다. 공중보건의라면 가능하겠지만 월급쟁이 의사는 구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에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의사들 거의 없다. 대신 스테로이드를 많이 사용하는 것은 문제다. 수술 뒤 얼굴이 퉁퉁 붓는 환자를 봤을 것이다. 스테로이드를 많이 맞아서 그런 것이다. 나도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바로 뼈주사를 말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스테로이드를 권하지 않는데, 스테로이드를 섞어서 쓰면 증세가 빨리 완화된다, 할머니나 아이들 감기 걸려 열이 가라앉지 않고 기침 계속하면 사용하는데, 환자들한테 좀 기다려보자고 하면 절대 기다리지 않는다. 환자 떨어지지 않고, 돌팔이 의사 소리 듣기 싫어 스테로이드 사용하게 된다. 물론 사용가능한 약이지만, 장기사용하거나 과다사용하면 독이 된다. 사용하는 병원은 소문이 파다하더라. 거기 가면 줄을 서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데 해결방법이 없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보험 의료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진료왜곡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과잉진료와 관련해서 환자와 의사의 신뢰가 완전히 깨졌다. 안 해 주면 무능한 의사 된다. 환자들은 “실비 되니까 다 해 달라”고 한다. 사실 의료수가를 높여도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의사는 많은데 구하면 없다는 것은 분야가 편중돼 있어서 그렇다, 외과의는 통영에서 구하기 정말 힘들다. 최근 한 달 정도 충수돌기수술, 맹장수술이 안 됐을 정도다. 의사를 구하지 못해서 간단한 수술임에도 하지 못했다.

시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는 현대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서울대병원의 대한민국 빅3에 있다. 경상대병원, 부산대병원 안 간다. 무조건 서울로만 간다. 어떤 것으로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KTX 개통할 것이라고 시민들은 좋아하는데 의료측면에서는 재앙과 같다. 알아야 할 것은 서울도 수용한계가 있기 때문에 문전박대 당할 것이다. 서울에 갔다 온 환자들 얘기로는 얼굴 한번 쳐다보고 이야기 2~3분 정도 나누고 내려온다더라. 나는 그들과 30분이나 얘기 나눈다.

우리나라는 의대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던 우리 때와는 다르다. 있는 집안 자녀들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시골구석에 오려 하지 않는다. 또 의사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것 아니겠는가.

중증외과환자에 대해서는 통영에서 대처할 수 없다, 응급후송구조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과잉진료에 대해서 언론과 시의회에서도 큰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김혜경 시의원 : 달빛어린이병원은 장기적으로는 24시간 운영돼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병원 측에 강제할 수도 없고, 통영시 예산만으로는 역부족이라서 국·도비가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머잖아 분명히 나타날 산부인과 병원의 출산과 분만 문제는 미리 대책을 세워둬야 한다. 개인병원은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곧 도래할 것이다.

통영이 대도시보다 열악한 것은 감수하더라도 도서지역의 의료서비스는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육지가 아니라서 야간에 갑자기 쓰러진 사량도·욕지도 주민들을 골든타임을 놓치는 바람에 죽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넘어져서 손바닥이 찢어진 학생에게 소독약만 발라주고 육지 가서 치료하라고 하는 바람에 큰 소외감을 느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또 어르신들은 큰 질병이 아니라 간단한 물리치료나 주사 한 대 맞으려고 일주일에 3~4번 육지로 나오는데, 경비도 만만찮다고 한다. 인구가 많은 곳은 병원이 절로 들어서는데, 특히 인구가 적은 도서지역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보건지소 예산을 일부 분산해서 도서지역 보건지소에 투입하면 어떨까 싶다.

경남도병원선이 한 달에 한 번씩 방문 진료 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섬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물량장 같은 것이 아니라 간단한 의료복지 같은 것들이다. 섬에 살고 싶은데 의료가 안돼서 포기하고 섬을 나오는 젊은 층도 많다. 민원이 생길 때마다 단편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보건소에서 도서지역에 물리치료 시설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도서지역 의료서비스 문제를 인구 대비한 행정효율적인 측면만 본다면 해답 없다고 본다. 병원을 짓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보건지소의 활용도가 50이라면 100점 만점은 아니어도 80점 수준으로는 올리자는 말이다. 계층간·지역간 의료복지서비스 사각지대 해소가 중요하다.


통영환자들의 비애 "충분히 만족하십니까?"

                    

인프라 자체 없으면 품질논의는 사치일 뿐
요즘 의사들, 지방 꺼리고 저녁 있는 삶 원해
월1회 병원선 진료로 의무 다 했다 할 수 없어

박미자씨 : 저는 아동발달센터를 운영하는데 대상이 장애아동들이다. 서비스·장비를 말씀하시는데 아이들이 필요한 시간에 적절한 처치가 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장비가 있어도 병원 문 닫고 나서 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거제는 재활전문병원이 있어서 재활 등 복합적인 처치를 받을 수 있지만, 통영은 장애아동들을 위한 재활병원이 없다. 갈 곳 자체가 없다.

응급실 있는 곳이 새통영병원 밖에 없는데, 아이들이 아파도 갈 곳이 없다. 달빛병원이 생겼지만 밤11시까지만 문을 열고, 일요일에는 안 한다. 엄마들은 의사가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지, 항생제를 사용하는 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항생제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고 소문난 소아과로 데려간다고 한다.

의사는 환자에게 실비보험 들어있는지 꼭 물어 본다. 시누이가 병원 치료 간다더니 갑자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근육이 찢어졌다며 병원에서 권유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나을 텐데 결국 수술 및 입원비까지 400만 원 넘게 나왔더라. 실비보험 가입을 확인 한 뒤 계속 고가의 치료를 권유하더란다.

 

김영재 의약팀장 : 통영은 전국에 지정된 99개 의료취약지의 하나다. 병원이 148개소, 병상수 2125개로 10년 전에 비해 숫자는 늘었지만, 종합병원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거제는 3곳이나 된다. 의료 인프라가 취약하고, 필수분야는 더 취약하다. 분만실도 작년 2개에서 올해 1곳으로 줄었다. 민간의료부문은 수익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감소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공공의료를 확충할 계획인데 단기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응급의료의 경우 3대 중증질환(심혈관계 질환, 뇌혈관계 질환, 중증외상)은 진주·부산 등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경향이 크다. 정부는 3대 중증치료센터를 만들 계획인데 시간은 좀 걸릴 것같다.

관내 도서지역에는 보건진료소가 18개소가 있고, 보건지소가 3개소(한산, 욕지, 사량 본도) 있다. 지소에는 의사 2명, 한방의사 1명해서 총3명의 공중보건의가 있다. 욕지에는 치과의사까지 있다. 일단 사량도부터 물리치료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지소에 한방의사가 있으니까 그의 지시에 따라서 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응급환자의 후송문제다. 야간에 심근경색 환자를 경비정으로 이송하고, 삼덕항에서 앰뷸런스로 병원 보낸 다음 결국 경상대병원으로 간 적 있는데, 다행히 그분은 목숨을 건졌다.

내년쯤 경남도가 닥터헬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의료장비가 탑재돼 있고, 전문의가 탑승하게 된다. 현장에서 긴급의료처치를 하면서 이송이 가능하다. 최근 지침변경으로 해경·소방·산림헬기를 통합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닥터헬기까지 마련되면 도서지역 후송체계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서울과 통영은 의사수도 차이가 나지만, 의사확보가 어렵다고 들었다. 다른 지역보다 더 급여를 준다고 해도 안 오는 경우 많다고 한다. 중소도시 의료문제는 전국적 현상이다. 중앙정부에서 큰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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