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 도시마다 버스투어가 있다. 뉴욕에도 있고, 런던에도 있고, 파리·베를린·로마·도쿄에도 있으며, 서울에도 물론이다. 오래전부터 런던의 2층 버스투어는 유명하다. 뉴욕은 위험한 길거리를 배회하느니, 편안하게 앉아서 버스투어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이었다. 매력적이란 평범하지 않음이다. 비일상성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흔해졌다. 버스투어가 없는 곳이 없다. 일상적인 볼거리가 돼버렸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끼리 앉아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중간 중간 버스에서 내려 명소를 구경하는 평범한 방식은 매력을 잃었다. 목적은 사라지고 단지 명소를 가기 위한 방편의 하나가 됐다. 더구나 뉴욕 도심지의 교통체증은 버스투어에 심각한 훼방요소였다.

그렇게 생각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뉴욕의 더라이드(The Ride)라는 버스시티투어다. 이 회사는 ‘뉴욕의 교통체증을 감상하라’고 권하는 역발상을 실현했다. 45인승 투어버스의 좌석은 정면이 아니라 측면을 바라보도록 배치됐다. 실내는 눈에 띄는 조명으로 장식됐고, 창은 천정까지 통유리로 돼 있어 뉴욕의 마천루를 고개만 들면 볼 수 있다.

교통체증만 감상하는 것은 아니다. 교통체증이 심한 곳에 이르러 버스가 멈추면 창밖으로 보이는 건너편 거리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현대무용을 하기도 하고, 남성이 여성에게 청혼하기도 하며, 비보이댄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회사에 고용된 배우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이들의 연기는 무전으로 시티투어버스 안에 중계된다. 투어참여자들만 들을 수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역발상으로 성공한 이 회사는 나스닥에 상장되기까지 했다. 탑승객들은 재미있는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 교통체증이 더 심해지기를 바랄 정도고, 투어버스 기사들은 서둘러 출발하려는 듯 하면서 이런 승객들을 놀리기도 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람의 심리는 묘하다. 무서운 것을 알면서도 탄다. 비명을 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것이 공포마켓팅이다. 이와 유사하게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이란 것이 있다. 재해피해지역, 전쟁파괴지역 등 인류의 죽음이나 슬픔을 대상으로 한 관광을 일컫는 말이다. 가령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여행같은 것이다.

잭더리퍼(Jack The Ripper)투어 안내서 중<인터넷 캡쳐>

영국 런던의 베이커가에는 셜록홈즈박물관이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이 명탐정의 사무실이 있던 베이커가 221b번지는 당시엔 상상의 주소지였지만 지금은 해당 주소가 실제한다. 어둑해지는 밤8~9시쯤 이 베이커가에 사람들이 모이는데 ‘잭더리퍼(Jack The Ripper)투어’를 하기 위해서다. 19세기 후반 런던에 잭더리퍼라고 불리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주로 젊은 매춘부를 납치하거나 유인해 배를 가르고 내장을 빼어낸다던지, 목이나 신체부위를 절단하는 등 잔인한 방식으로 살해함으로써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였다. 결국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사건은 영구미제가 됐다.

잭더리퍼투어 참여자들은 손전등을 하나씩 나눠들고 범행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실제 살해방법을 설명듣는데, 종종 비명을 지르는 참여자도 있다고 한다. 두 시간 정도 투어를 마치면 마지막에 책을 판매하는데 대부분은 전부 다 구입한다고. 이런 투어가 하룻밤에만 3~40개라고 한다.

방식과 명분의 문제다. 만일 9·11테러 현장을 투어하거나, 조두순투어를 한다면 비나 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몇 십 년 뒤 후손들이 21세기 초의 어린 여성들이 어째서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범죄자에 노출된 것인 지, 그 흔적을 밟아보자는 투어가 생기지 말란 법 없다. 평범함, 힐링을 위한 관광도 존재하지만, 비범함, 자극을 위한 관광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잭더리퍼(Jack The Ripper) 사건을 알리는 당시 신문삽화<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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