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통영의 전유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서울 건천동에서 태어나고 외가가 있는 충남 아산에서 자랐으며, 전남 여수의 전라좌수사로 전쟁을 맞아, 삼도수군통제사로서 한산도의 통제영에서 전투를 지휘한 까닭에 그의 발자취는 광범위하다.

어디 그뿐인가? 왕명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서울로 압송됐다가 구사일생으로 백의종군 명령을 받은 뒤 다시금 제3대 통제사에 제수된 탓에 그의 발길이 머무는 곳이 통제영이었고, 그가 탄 전선이 장군선이었다.

그의 지휘 아래 겨우 12척의 전선으로 명량에서 기적같은 대승을 일궜으며, 그의 기량 덕분에 서해안과 국토를 보존할 수 있었다. 불꽃같은 그의 애국충절은 그 어떤 각본으로도 만들어 낼 수 없는 노량에서의 영웅적인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했다.

그를 기리는 충렬사는 통영에만 있는 게 아니다. 노량에서 영웅적인 죽음을 맞은 그의 시신을 처음으로 안치한 곳에 건립된 사당이 남해 충렬사다. 이순신 장군이 전라좌수사로 임명되기 직전에 현감이었던 전북 정읍에도 그의 영령을 봉안하기 위한 충렬사가 있다.

이순신의 외가 충남 아산에는 현충사가 있다. 아산 유생들이 충무공을 기리기 위해 사당건립을 상소해 1706년 건립됐다. 이밖에 임진왜란과 관련된 충렬사는 전국적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의 동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1968년 건립된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이다. 남쪽의 기운을 제어하기 위한 풍수지리적인 이유도 작용했고, 장검을 오른손에 쥔 것이 평화를 의미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통영에는 남망산 공원과 이순신 공원에 동상이 있다. 남망산공원 동상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1953년 5월 31일 건립됐고, 이순신공원 동상은 하원대 한송재단 이사장의 기부로 2005년 8월 14일 건립됐다. 광화문 동상과 달리 적진을 노려보며 칼을 왼손에 쥔 모습이 금방 빼들 것 같은 느낌이다.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은 1952년 4월 13일 건립됐다. 이 동상은 칼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있는 모양이다.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의 동상은 거북선 위에 우뚝 선 장군이 왼손에 칼을 오른손에 지휘봉을 든 모습이다. 명량대첩의 현장인 전남 진도군 명량대첩기념공원에 2008년 10월 건립된 이순신 장군 동상은 가장 규모가 크다. 울돌목을 내려 보며 막 달려 나갈 듯 역동적인 모습의 이 동상은 좌대 15m 포함해 높이가 총30m나 된다.

이순신 장군을 기리고 승첩을 즐기는 축제도 다양하게 열린다. 우선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서울시 중구는 충무공 이순신 탄생 기념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충남 아산은 통영보다 1년 앞선 1961년부터 성웅이순신축제를 열고 있으며, 백의종군길 울트라 마라톤대회도 열고 있다.

전남 진도와 해남은 명량대첩축제를 함께 열고 있고, 노량해전의 장소 경남 남해는 이순신 순국제전을 2010년부터 하고 있다. 전남 목포는 이순신 수군문화축제를, 부산시는 부산포해전에 맞춰 시민의 날 행사를 하고 있다. 고성 당항포대첩축제, 거제 옥포대첩축제도 있다.

이순신 장군과 관련한 축제와 산업은 한 마디로 레드오션이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순신 메카로 충무공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을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통영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이상 그렇게 해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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